3대가 이어온 맛, 재래식 냉면
냉면. 어딜 가나 맛은 다 똑같은 것 아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 할아버지 대에 시작해 3대째 냉면의 맛을 이어오고 있는 냉면집이 있다. 이곳 주인은 자식에게 비법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 쓰고 냉면의 조리비법을 전수받아 옛 맛을 지켜가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장인이다.
60년 전통의 손맛
메밀로 만든 대전 동구의 냉면은 구수한 맛이 나는게 일품이다.
이 집 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찬 성질의 메밀은 미미하지만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냉면과 곁들여 먹어야 독성이 중화된다고 한다. 배추김치를 원하는 손님이 종종 있지만, 무김치를 식탁에 준비해 놓은 중요한 이유다. 메밀을 포함해 5가지 재료를 반죽해 재래식으로 면을 뽑아낸다. 방법은 과거 사람이 힘으로 뽑아내던 것을 자동화한 것뿐, 면이 그대로 끓는 물에 들어가는 것은 옛날 방식 그대로다. 닭을 삶아 육수를 내고 갖은 양념을 더해 말아내는 냉면 또한 6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비법이 담겨있다.
메밀이 들어간 면의 심심한 맛을 이 집만의 비법이 담겨있는 닭 육수가 책임진다. 계란지단과 먹기 좋게 찢은 닭살을 고명으로 얹어 나오는 물냉면. 약간 짭조름한 맛의 육수가 이 집 냉면의 맛을 완성하는 중요 포인트다. 더불어 식성이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위해 손님들의 상에는 양념장이 준비되어 있다. 고춧가루, 파, 양파 등 6가지 양념이 들어가는 양념장의 맛은 단골일수록 빠져들게 한다.
주 메뉴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육수가 냉면의 맛을 책임지는 물냉면에 비해 비빔냉면의 맛은 양념이 낸다. 여기에 딸려 나오는 냉면의 육수로 매운 입맛을 달랜다. 고추장, 겨자 식초, 간장 등 10여 가지 갖은 재료로 만드는 양념의 비법은 오직 맛으로 공개할 뿐이다. 심심한 면의 맛을 맛깔스럽게 변신하게 하는 비빔냉면의 맛은 양념의 풍미가 더해져서 매콤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으로 전해진다.
오직 맛으로만 승부한다!
이 식당은 가게 앞의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만 보일 뿐 지나는 행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외진 곳이다. 그런데도 오전 11시가 좀 넘으니 하나둘, 빈 식탁들이 채워진다. 자가용이나 시내버스 타고 먼 길 마다치 않고 냉면을 먹으러 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까지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원래의 자리는 대전시 동구 원동. 대전 중심지 목 좋은 자리였지만 세월의 변천에 따라 넓은 주차시설을 갖추고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확장이전 했다. 원동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증표 하나는 꼭 챙겨 왔다. 예전 원동에서의 식당 전경 사진이 그것. 2대와 3대가 나란히 함께 서서 찍은 이 사진은 원조가 원조를 낳는 확실한 증표다.
한편, 이곳 단골손님들이 찾는 것은 냉면만이 아니다. 중화요리도 관심사 중의 하나. 옛날 추억을 회상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 짜장면과 짬뽕이다. 그러나 아무 때나 먹을 수는 없다.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짜장면과 짬뽕, 우동을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때는 겨울철뿐이다. 추석 지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2월 말까지만 맛볼 수 있는 이 집만의 특별 메뉴다. 중화요리와 더불어 지게꾼 허기를 달래던 국밥도 겨울철 별미로 식단이 차려진다.